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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학의 부재가 슬픈 이유

윤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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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사입력 2019-05-13

 



인문학의 꽃은 철학이다. 그런데 지금은 인문학이 죽었다고 하는 시대다.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철학과가 폐과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철학은 학문으로도 분류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치관, 세계관,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말한다. 특히 지도자의 철학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가 속한 그룹 구성원 삶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은 두 번 강조할 필요도 없다. 속도를 강조하면 생각의 깊이가 없어진다. 깊이가 없으면 묻기라도 해야 할 텐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세상이 돼 버린 지금, 사회는 비참에 가까운 현실이 돼 버린다.

 

시의회의 가장 큰 기능은 예산심사다. 예산을 세우는 사람은 행정의 시장이다. 시장이 크나큰 권력을 가졌지만, 견제 기구인 의회에서 예산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물거품이다. 권력의 쏠림을 막기 위해 생겨난 민주주의 꽃 중 하나다. 이토록 막강한 권력과 권리를 가진 의회 구성원은 그 막중한 권리만큼이나 책임감이 따른다. 그리고 당연직처럼 책임감에는 철학이 존재해야한다. 철학의 색깔을 지금 논하고 싶지 않다. 빨간색이 있으면 파란색이 있는 것처럼. 색의 유무를 떠나 적어도 현안에 대한 관심과 심도 있는 기준이 있는 각자의 리트머스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화성시민 절대다수가 사실은, 화성청소년상담사의 해직문제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입장이 시의원이라면 적어도 상담사를 만나야 하고, 그들이 왜 이 추운겨울날에 몸을 던져서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행진해야 하는지, 그것이 이기적인지, 작위적인 것인지, 정말 개인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지 판단하는 객관적인 철학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계약 해지된 상담사 수는 4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한 학교에서 책임지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와, 교직원들의 수를 이 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이제는 귀찮다. 그 정도 상식은 통한다고 생각했다.

 

의회에 묻고 싶다. 교육복지위 상임위 중 단 한명의 의원이라도 상담사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는지. 의원 개개인이 철학이 배인 리트머스지로 청소년상담사 추경예산 4억여만원을,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처럼 여겨서 ‘전액 삭감’이라는 결정을 내린 건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화성청소년상담사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해 온 기자의 눈으로 보자면, 그들 중 단 한명도 집회 현장에 상담사의 얘기를 진정으로 들은 자가 없다. 손이라도 잡은 자가 없다. 아니, 물은 자도 없다. 왜 너희는 지금 이러고 있냐고 물은 자가 없다. 시의원들은 전액삭감의 이유로, 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리꽂은 결정이며 이 합의문이 행정의 불성실한 태도로 보이며 갈짓자 가듯 일관성 없는 예산서이기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삭감했다. 철학의 부재가 무섭다 못해 슬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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