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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공감과 진찰

임재우 향남공감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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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사입력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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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가 부어서 왔어요." "편도를 보니까 편도는 괜찮습니다."

 

"오른팔이 아파요." "제가 양쪽을 다 볼게요." "왼쪽말고 오른쪽이 아프다니까요, 아얏!"

 

진료실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상황이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증상을 이야기하고 의사가 진찰하는 그 짧은 사이에, 미묘한 실랑이가 지나간다. 환자는 불편한 것을 계속 말하고 싶어하고, 의사는 진료에 필요한 정보들을 빨리 얻어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는 각각 불편한 마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마셜 로젠버그에 의해 고안되어 많이 알려진 <비폭력대화>*라는 의사소통 체계는, 일어난 일에 대한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고통과 불편함을 잘 '관찰'해주기를 바란다. 언제부터, 어디가, 얼마나 불편한지, 환자가 스스로 잘 관찰해서 얘기해줄수록 의사는 좀 더 정확하게 질병을 찾아낼 수 있다. 만약 환자가 관찰에 앞서 과도하게 '평가'와 '판단'을 하게 되면, 의사는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골절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인데, 환자가 뼈는 괜찮다고 하며 진찰도 하지 못하게 하면, 의사는 난감해진다.

 

비슷한 상황에서 환자는, 의사가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이해해주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아픔과 불안함을 의사가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비용이 저렴하기를 기대하는 욕구가 충족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환자는 불편해진다. 

 

이렇게 환자와 의사라는 다른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비폭력대화>에서는 그 둘 사이를 ‘부탁’이라는 말로 잇는다. 의사는 환자에게 증상을 잘 ‘관찰’해주기를 ‘부탁’할 수 있다. 환자는 의사에게 본인의 ‘느낌’과 ‘욕구’를 얘기하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에 대해 ‘부탁’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환자도 의사도,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잘 살펴야 하고,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잘 부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자기 공감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그리고 더 나은 상황으로 연결되는 긍정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의사가 섣불리 짐작해서 진료를 할 수는 없다. 환자 얘기를 열심히 듣고, 열심히 진찰하면서, 의사는 환자를 알려고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알아야 제대로 공감할 수 있고,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비폭력대화>모델에서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을 비폭력대화의 4가지 요소로 상정하고 있다. 비폭력대화에 대해서는, <한국비폭력대화센터>(www.krnvc.org)를 통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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