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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칼럼]행복감과 다행감은 다릅니다

글/이재연 교수(심리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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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사입력 2019-12-09

▲ 이재연 교수(상담학 교수)     ©편집국

 

직장인들의 퇴근 후 업무 지시 금지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인해 오롯한 개인의 일상과 사생활을 지킬 수 없는 것이 많은 직장인들의 힘든 현실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주말과 퇴근 후에도 메신저나 전화로 회사에서 업무 지시가 내려옵니다.


나중에 있을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얼마 없는 개인 시간을 써가며 직장인들은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일을 합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어떤 회사원은 "상사가 퇴근 후에 지시를 내렸는데, 법을 내세워서 거부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만약에 거부를 한다고 해도 당장 얻는 편함보다 나중에 오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고 본다. 그렇게 배짱 있는 회사원이 어디 있을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마냥 원만한 직장 생활을 해내기 위한 고초, 일종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단계로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여기, 페르조나 또는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고대에 배우들이 연극에서 쓰고 등장했던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넓은 의미로는 내가 세상에 드러내고 있는, 개인이 얼굴에 덮고 있는 사회적인 가면 또는 사회적인 얼굴을 의미합니다. 사회생활 가운데에서 내가 같고 있는 역할에 대한 다양한 사회의 역할 기대들이 내가 활동할 수 있는 가면을 만드는 데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개인은 하나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러 페르소나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가면이라는 것은 거짓되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모습이 따로 있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되어지는 모습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으로 발전적이며 마땅한 개념입니다. 


회사는 다분히 사회적인 공간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은 직원들의 역할에 따라 계급을 정해 놓았으며,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 또한 그 구조에 따라 진행됩니다. 그러므로 직장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들은 회사에서의,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업무를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가면이 벗겨지지 않고 평생 얼굴에 달라붙어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요? 가면이 얼굴과 하나가 되어버린 사람은 진짜 얼굴을, 내가 '나'라고 생각해왔던 모습을 점점 잊어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여 나의 사적이고 정신적인 에너지까지 업무에 밀어 넣게 되는 이러한 현상의 지속은, 지시받은 일을 모두 끝냈다하더라도 성취감이나 해냈다는 생각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감(Euphoria)을 줄 뿐입니다.


다행이다라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다른 감정입니다. 다행감의 상태라는 것은 외부 현실이나 심리 내적인 현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에 자연적으로 생겨나지 못하는 행복감이나 기쁨의 경험을 되찾으려는 시도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떠오른 행복이 아니라 부정적인 마음으로 간신히 해방되었다는 마음, 즉 불안감으로부터 기인한 감정인 것입니다. 


바쁘게 살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최근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장애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공황장애 치료는 불안을 가라앉히고, 공황발작을 예방하는 것으로 환자의 마음이 안정적인 곳에 충분히 머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돌려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감기처럼 퍼져버린 우울증 또한 집단적인 사회생활에서 나의 존재를 한없이 작게 만들어버리고, 비관적인 생각이나 동기를 없애 아예 행동하지 않게 만드는 증상으로 내일이라는 말을 지워버리게 됩니다.
더 이상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대의 증상들을 야기한 요소들로 페르소나의 상실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며 대부분 남들에게 보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보이고 싶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이 가면 뒤에 있는,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나의 얼굴이고, 집이고, 자연스러운 행복이자 슬픔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일이지만 그 사이에 우리는 우리의 얼굴을 잃어버리고 사회가 내게 씌워준 가면만 남아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나의 개인적인 시간들을 되찾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 하나씩 지켜나가며 가면 되에서도 언제나 건강하게 웃는 얼굴이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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